첸트로 도웅희 셰프는 다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의 색을 요리에 투영할 뿐이다. 다채로운 식재료를 발굴하고 사용해 고유한 파스타 영역을 개척하던 셰프가 코스 요리를 판매하는 파인 다이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그가 구현하는 코스 요리와 고기 메뉴가 궁금했다.

레스토랑 첸트로 간판
레스토랑 첸트로 내부

Q. 서울 파스타 맛집으로 손꼽히는 ‘첸트로’가 코스 요리 레스토랑으로 변신했어요. 큰 결심이었을 것 같아요.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음식에 중점을 둔 첸트로의 변화는 이번이 두 번째예요. 2017년 서울 봉천동 샤로수길에 문을 열었을 때는 캐주얼한 트라토리아 형태로 운영하다가 청담동으로 매장을 옮기면서 파스타 메뉴를 격식 있게 제공하는 리스토란테로 분위기를 한 번 바꿨죠. 오픈 초기부터 음식을 제 색깔로 해석하다 보니까 요리하고픈 재료나 파스타 면이 있으면 사용했어요. 운 좋게도 파스타가 사랑받아 특화한 거예요. 청담동 이전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싶어 내린 결단이에요. 파스타 한 접시에 10만 원을 책정해야 수지가 맞아도 원하는 재료를 쓰고 싶었거든요. 여기에서 북해도 성게를 듬뿍 올린 파스타, 바롤로 와인과 블랙 트뤼플을 넣어 향과 맛이 특별한 타야린 면을 직수입해 만든 파스타 등을 선보였어요. 파스타로 이름을 알린 첸트로를 코스 요리 레스토랑으로 전환하는 결정은 도전이었지만, 요리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어요.

Q. 메뉴가 자주 달라져 시그너처가 없는 게 특징이기도 하시죠?
계절마다 나는 재료가 다르기도 하고,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때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게 시그너처 레시피는 존재해도 메뉴는 없어요. 저는 계절이 바뀌면 전채 요리, 파스타, 디저트 등 스무 가지에 달하는 메뉴를 새로 구성하곤 했어요. 그래도 고객은 익숙한 메뉴를 주로 찾았죠. 그 점이 아쉬워 요리를 코스로 제공해 고객에게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하기도 했어요. 결국 코스 요리 레스토랑으로의 변화는 제 음식을 고객에게 온전히 전하겠다는 다짐이에요.

Q. 식재료를 고를 때 신중할 수밖에 없겠어요.
저는 요리할 때 소스를 가장 고민해요. 양식은 소스가 요리의 인상을 좌우하거든요. 그런데 소스는 식재료가 맛을 결정해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소스는 원물 본연의 맛이 우러나 향신료를 넣지 않아도 요리를 풍성하게 하죠. 제가 15년 동안 외식업계에서 몸담으면서 깨달은 바는 신뢰가 가는 생산자가 품질이 우수한 식자재를 생산한다는 거예요. 양파, 대파, 토마토, 감자 등 기본 식재료는 장인어른이 친환경으로 농사짓는 경기 파주 농장에서 가져오고, 고기는 설로인에서 공급받아요. 원육 품질이 좋고 관련 정보도 원활하게 주고받아 만족합니다.

Q. 어떤 측면에서 품질이 좋은가요?
맛이 일관적이란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첸트로는 최고급 등급의 소고기를 사용하는데, 같은 등급이라도 마블링은 차이가 나거든요. 하지만 설로인은 자체적으로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유통해서 고기 맛이 좋아요.

Q. 요리할 때 이로운 점은 무엇인가요?
고기 상태가 항상 일정하니까 레스토랑에서 따로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리해요. 숙성할 걱정도 보관할 고민도 필요 없어요. 당일에 들어온 고기를 바로 서비스할 정도로 고기가 맛있어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도 참 편리할 거예요. 요새 캠핑하러 많이 가니까 구매해 바로 구워 먹기에 간편하죠.

Q. 셰프님의 코스 요리가 궁금해지네요.
한마디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양식은 이렇고, 코스 요리 순서는 이렇다는 사람들의 시각이 있잖아요. 첸트로가 유럽 음식을 기반에 두고 있어도 요리 방식에는 제약을 두지 않아요. 좋은 재료가 가진 고유한 맛이 잘 드러나도록 개발하죠. 생선을 활용한 전채 요리에 활용하는 소스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일식 기법에서 착안했어요. 디저트에 주로 활용하는 사바용 소스에 가츠오부시 향을 입혀 흰살생선의 담백한 맛을 북돋아요. 우유와 쌀로 만든 퓌레에 쌀 식초를 더 해 요구르트 맛이 나는 소스는 등푸른생선과 아주 잘 어울리죠. 특유의 비린내를 잡으면서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살려요.

스테이크
파스타

Q. 고기는 코스에 어떻게 풀어내시나요?
현재 고기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메뉴에서 소개해요.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는 한우 1++등급의 안심을 리버스 시어링하죠.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고기를 굽고 싶어 택한 방법인데요. 뜨거운 팬에 고기를 구운 후 오븐에 넣어 속까지 익히는 시어링과 반대로 조리하는 거예요. 오븐에 익힌 다음에 숯불에 굽고 래스팅하죠. 시간은 더 걸려도 스테이크에 은은한 숯불 향이 감돌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답니다. 그다음에 볼로네제를 선보여요. 다진 고기, 토마토, 와인 등을 뭉근하게 끓이다가 보통 치킨 스톡을 넣는데, 저는 소뼈를 곤 육수를 넣어 깊은 맛을 더해요. 여기에 직접 제면하는 페투치네 면을 넣죠. 쫄깃한 면과 풍부한 고기 향이 조화로운 묵직한 파스타라서 코스 후반부에 배치했어요.

Q. 설명만 들어도 맛있겠네요. 마지막으로 첸트로를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지금과 똑같아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개발할 거예요. 고기를 메인 요리뿐 아니라 식사 시작을 알리는 아뮤즈 부시로 풀어내거나 쉽게 접하기 힘든 특수 부위를 메뉴로 활용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첸트로에서 식재료나 메뉴, 코스에 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제 요리를 하고자 합니다.

도웅희 셰프
도웅희 셰프’s TIP

고기 굽는 방법 이것만 알면 쉬워요. 숯불에서 익히는 경우에는 고기 표면에 수분이 맺히길 기다렸다가 뒤집으세요. 프라이팬에서 구울 때도 비슷한데, 수분이 생긴 후에는 자주 뒤집어 주셔야 합니다. 노릇노릇하게 맛있게 익은 고기를 즐기세요.

INFORMATION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0 10층, 02-882-6652
    런치 9만 5000원, 디너 22만 원

‘MEATERVIEW’는 고기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설로인이
고기에 진심을 가진 이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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