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RRASCO
남미로의 화려한 미각 여행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이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 오감이 저절로 움직여 다른 나라를 이해하고 애정 적립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코로나로 이 매력적인 감각을 잊은 지금, 가장 솔직하고 익숙한 ‘미각’을 통해 화려한 열정의 나라 브라질을 느끼길 제안한다.

브라질 리우
Brazil Rio de Janeiro

브라질 리우 풍경

화려한 매력만큼 다채로운 도시. 뜨거운 삼바 음악이 태양을 닮았고, 부서지는 해변의 파도 소리가 부드러운 여유를 북돋아 주는 곳. 웅장하게 솟아오른 화강암 돌산에만 시선을 뺏기기에 리우는 너무 아름답다. 언제 어느 곳에 가더라도 흥에 넘치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생생한 활력을 더해주는 매력 요소.

브라질 축제 모습

브라질 리우. 이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쩌면 아주 일반적인 이유에서 시작한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서는 리우의 축제가 나왔다. 끝없이 펼쳐지는 행렬이나 화려한 도시의 분위기, 그 누굴 비춰도 웃는 모습은 선연히 눈에 가득 찼다. 형형색색의 도시 분위기는 당신이 어떤 사연이나 기분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고, 시끌벅적히 신나는 분위기는 마음껏 신나 춤춰도 된다는 자유로운 허락으로 보였다.

남미가 얼마나 멀리 떨어졌는지 안 것은 불과 몇 년 전. 해외여행으로 어딜 가고 싶냐는 말에 무심코 브라질 리우에 가고 싶다고 답한 말에, 상대방은 서른 두 시간이나 걸리는 비행시간을 견딜 수 있냐며 화들짝 놀랐더랬다. 가고 싶다고 당당히 말한 주제에 몇 시간이 걸리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어쩐지 부끄러운 일로 여겨져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았지만, 사실은 부끄러움이 가진 거리감만큼 브라질은 먼 장소로 마음속에 한구석에 안착하고 말았다.

플레이팅 된 남미 고기 요리

멀어져버린 거리감을 차츰 좁히기도 전. 여행이라는 존재가 멀어진 건 작년 3월 즈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이국으로 떠나는 감각을 잊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이라곤 전혀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열망은 더욱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는 어떤 삶을 살고 있던가? 브라질 리우는 여전히 열정으로 불타오를까? 그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이파네마 해변은 어떤 소리의 파도를 가지고 있을까.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모습

고작해야 늦은 저녁, 하루의 끝을 붙잡고 넷플릭스를 뚫어져라 보며 해외여행의 ‘느낌’만을 내던 것도 하루 이틀. 이젠 정말 피부 살결로 와닿는 해외를 느끼자는 결심이 불현듯 들었다. 이태원을 밥 먹듯 드나들고 주위의 해외 음식점을 꿰뚫으며 간접 여행을 떠났지만 어쩐지 온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당연한 결과였다. 여행은, 그저 가만히 앉아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니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며, 해결하고, 당황하고, 기뻐하는 경험이니까.
그렇게 남미의 음식을 직접 먹어보자는 화려한 미각 여행을 시작했다.

콘트라필레,Contrafile

마미야Maminha

식탁에 놓여진 여러 음식들
생소한 두 이름은 브라질 현지에서
사랑 받는 슈하스코 바베큐 부위를 뜻한다

브라질 리우를 더 가깝게 느끼기 위해 선택한 요리는 슈하스코Churascco. 긴 꼬챙이에 소고기를 비롯한 여러 고기를 꽂아 바베큐 한 브라질 요리로, 평소 브라질에 가게 된다면 꼭 먹겠다 다짐한 음식이기도 했다.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선 재료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수. 좋은 식재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말도 있듯이, 해외의 문화를 이해하려 요리를 시작하려면 현지에서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도 파악해야만 한다.

브라질 현지에서는 슈하스코의 재료로 소의 채끝과 삼각살, 즉 콘트라필레Contrafile와 마미야Maminha 두 부위를 대표적으로 사용한다. 등 지방이 멋들어지게 붙어있어 쫄깃함과 함께 녹진한 고소함을 주는 매력적인 부위는 브라질 사람들에겐 ‘축하할 날’이라면 꼭 접하는 부위라고.

고기에 소스를 바르는 모습
마리네이드, 스모키 살사,
아지 베르데 소스는 남미의 다채로운 매력을닮았다.

붉고 되직한 마리네이드 소스는 남미의 열정을 닮았다.큐민의 알싸하고 씁쓸한 맛을 베이스로 통통 튀는 새콤한 맛, 특유의 향신료 내음까지. 해외에 도착해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상공에서의 피로는 뒤로한 채 이국의 공기를 가득히 폐부로 밀어 넣던 기억이 순간 스쳤다. 어느 나라건 고유의 풍경만큼이나 이채로운 특유의 향을 가지기 마련이다. 마리네이드 소스는 생경한 이국의 향기를 담뿍 알려줬다.

소스가 발린 고기 요리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마리네이드 소스를 바른 고기를 구워냈다. 약불에 고기와 소스가 함께 어우러져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소리와 내음을 맡으니 어느새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그런가 하면 한 쪽에서는 분주히 두 가지 소스를 내어 놓기 바빴다. 마리네이드 소스가 이국의 향을 알려줬다면, 스모키 살사와 아지 베르데 소스는 붉고 하얀 색감으로 남미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콘트라필레와 마미야를 반 마디 두께로 썰어 붉은 스모키 살사 소스를 가득 찍었다.

등 지방과 결이 살아있는 살코기가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모습은, 늘 먹던 바베큐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묵직한 모양새였다. 잔뜩 묻혀진 소스가 흐를까 얼른 입으로 넣었다. 훈연 향이 입과 코를 싸하게 잠식시키는가 하더니 이어 매콤한 듯 새콤한 맛이 혀 위에서 튀어 올랐다. 단연 존재감을 내뿜으며 묵직하게 자리한 지방맛, 그 사이에서 가볍고도 빠르게 스치는 이국의 살사 맛.

고기를 소스에 찍는 모습

강렬한 맛의 살사소스가 남미의 작열하는 태양을 닮았다면, 하얀 아지 베르데 소스는 이파네마 해변의 부드러운 여유를 닮았다. 특유의 향신료 내음이 가득한 마리네이드 소스, 매콤한 살사소스와는 달리 부드러운 사워크림 베이스 맛이 혀끝을 가득 휘감았다.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새콤한 라임 맛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녹진한 맛에 재미를 더했다. 그마저도 매일이 뜨겁고, 그럼에도 여유로운 남미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냈다.

브라질 리우 풍경

그제야 나는 수없이 스쳤던 다큐멘터리며 책, 영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브라질에 가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남미를 다녀온 타인의 경험을 얼마나 많이 접했던가. 피상적인 이해는 오로지 열망만을 불태웠었고, 해소되지 않는 갈증은 하릴없는 로망만을 키워나갔더랬다. 남미로 떠나는 화려한 미각여행은 단순히, 브라질의 맛을 알았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 그토록 바랬던 이국의 문화와 생활을 내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꼈다는 새로운 감회를 건네줬다.

이국으로 떠나기 어려운 요즈음, 여행은 멀리 있지 않다. 그리워했던 국가를 나름의 방식으로 느끼며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바라는 것 또한 여행이니까.